11/06/2019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찬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신논현역을 지나다 서점에 들렸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책이 내 눈길을 잡았다. 그동안 나는 시간은 흐른다 고 만 당연히 알고 있었고, 시작과 끝이있는 언제나 내 삶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미래 지향적인 삶을 동경하며 그렇게 살으려 노력해왔다. 이 책은 어쩌면 내 사고방식의 굳어진 틀을 완전히 뒤 흔들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내 사고방식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흥미를 끌어 어제 오늘 밤마다 읽고 있다. 물론 책을 완독하고 리뷰 같은걸 쓰려는 의도는 아니다. 지금. 나는 단지.. 이 새벽에 또 글을 남기려 들어온 이유는.. 생각이 많아지는 밤에 흘러가는 복잡한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싫은 것이다. 그것이 물론 유쾌한 일은 아닐지라도 어쩜 내게 언젠가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비록 마음이 안좋고, 미안하고 그런 날이다.
그동안 작업을 하면서 그리고 삶이 여정 속에 ‘시간’ 은 내게 중요한 화두 이었다. 나는 내가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들의 순간들,.. 마치 이 책에서처럼 일정치 않은 희미하고 카오스의 순간의 집합체계 같은 그 시간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작업으로 표출해 냈으니.. 그것이 어떠한 눈에 띄는 일렬의 규칙과 아주 구체적이고 때로는 편협적인 이미지만을 긁어 모을수는 없었다. 때로는 그 시간들이 마치 공이 튀기듯 널뛰고, 일그러졌고, 때로는 모호했다.  
나는 시간은 모두에게 주어진 공평한 것들이라는 표현을 종종 기록해 왔다. 공평한 것들이지만 그것을 이끌어 가는 주체적인 삶의 모습에 따라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내 삶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던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게 때로는 몇 년 동안 이기도 했다. 
그 시간은 작업을 해도 작업을 단지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있었을 뿐,, 글쎄 내 진정한 시간이 녹아 들었을까.. 그리고 나는 다양한 일들을 병행해 오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물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지혜롭게 나눠 효율적이고 건강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지금 나의 사고방식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또한 여유롭고 부러울 수도 있겠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상대적인 것 이기에.. 나는 최근에 그러한 경험을 했다. 나와는 또 다른 시간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나의 시간을 이해받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삶의 시간들...앞으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할 미래의 시간들... 
너무 다른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은 공감 할 수 있는 시간의 영역의 한계가 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고도가 높은 곳, 그리고 낮은 곳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고 한다. 누가 높고 낮음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최소한 높고 낮은 다른 시간의 다른 경험과 다른 사고 방식의 틀은 너무나 자연 스럽게 몸에 베어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 만큼 화합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되었다. 화합이 어렵다는 것은 마치 교차점을 찾지 못하고 끝없이 서로 수평선을 그으며 미래를 이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 또한...

나는 오늘 시간이 흐르지 않는것을 또 느꼈다.. 다른 시간 그랬지만.. 분명 그 안에도 따뜻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감사했고, 소중했다. 시간들이..

이렇게 비록 글로 남길 수 밖에는 없지만 진심도 때로는 시간의 장벽을 넘어 설 수는 없구나... 

또 다시 내 시간은 역동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내 시간의 종말... 내가 만났던 다양한 삶의 관계들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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