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017

#유목의 조건

캠프에 들어온지 3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해오던 작품들의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해 보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시작한 꽃 작업이 3주에 걸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요즘.. 그동안 쉽게 볼 수 없던 눈이 소복이 쌓였다. 
내일이면 다 녹아 없어져 버릴 살포시 앉은 눈더미와 나의 꽃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급하게 작업실로 달려갔다. 시린 겨울 한 송이의 꽃을 피우고 싶어,, 
#공간을 점유해 나가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1. 나는 꽃을 재현해 내기 위해 작품안에 투영된다. 즉 나는 꽃이 되는 것이다. 
(예전 2010년 즈음인가 부터 가시를 만들어 명동에 가지고 나갔던 방식으로 나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2. 공간, 이곳 고덕동 캠프 1이 진행되는 공간의 버려진 공간, 보이드 , 현관 앞, 통로, 계단.. 어쩌면 주택이라는 건물의 주체가 되는 공간은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될 통로가 되는 그러한 공간들.. 에서 나의 설치 작품을 놓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꽃은 공간 곳곳을 점유해나가고 그것은 사진으로만 영원히 기록되어 진다.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공간,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나, 나의 작품
우리는 이 세상이라는 공간에 잠시 머물다 기억이 퇴색되고 점점 자취를 잃어간다. 
그 흔적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끄집어 내기 위해 사진 이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사라져 버린 시간을 박제 시켜 버린다. 

그렇게 나는 사진으로  나의 설치물들을 사라져 버릴 공간 곳곳에 두어 박제시키는 행위를 지속한다. 




#내게 이 주택은 80년대에 지어지고 곧 철거가 될 것이라는, 건물의 주기가 어떻고는 중요한 화두가 아니다. 단지 내가 지금 여기 머물게 된 시점, 그 시간과 그 공간이 내게 주는 에너지, 영감을 나의 액션페인팅으로 비롯되는 다양한 흔적들로 변모시키는 것.
그 보이지 않는 아우라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공기층들을 최대한 느끼고 지금의 나와 맞물리는 지점을 작품 안에 투영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이 건물을 감싸고 있는 공기들, 건물밖을 맴도는 마른 나뭇가지, 마른 나뭇잎, 오르내리는 계단, 누군가의 출입문을 여닫는 소리, 연소통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온기의 흔적, 마당위를 배회하는 길고양이들의 흔적, 옥상위의 찬 공기, 그리고 밤하늘의 별..

--나는 , 지금, 여기, 고덕동 181번지, 반지하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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