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스퀘어 쪽에서 쭉 아래로 걷다가 만난 강아지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개.
자동차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셔텨를 눌러대고 아랑곳 하지 않고 골똘히 자기 세상 속에 빠져있다.
그날은 유독 깊은 생각에 잠긴 강아지들을 만났다.
한동안 작업한다고 밤낮 바뀌어 살다가 오랜만에 바람도 쐴겸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날따라 맘이 너무나 공허했다. 아니 혼란스러웠다. 그 누군가에 의해 내 정체성에 대해서 비난을 받은 이후로 난 아무런 방어조차 하지 못했고, 계속 걸었다.
어느 마켓 앞에 아름다운 강아지 대략 사람으로 따지면 스물 여덞 정도의 아가씨 정도로 보였다.
주인님을 기다리는지 저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름다워~!' 라는 감탄을 마구 날렸지만 강아지는 그 말에 솔깃 하지도 않나보다. 저 뒤에 할머니가 '아름다워, 저 강아지좀봐~! 동상같아~~'
한참을 강아지와 함께 서서 주인을 기다렸다.
정말 한참뒤에 주인이 나왔고 나는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부탁했다.
주인은 흔쾌히 개 목줄을 내게 주었고 나는 여느때와 같이 강아지를 쓰다듬기 위해 다가섰다.
순간, 강아지는 놀라서 주인뒤로 달라났고, 그런 주인이 과자를 주면서 내게 다가오도록 유인해 주었다.
그러나 끝내 사진을 함께 찍지는 못했다.
다른 강아지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날따라 내 기분탓일까 그래서 강아지가 내게 다가오지 않았나 섭섭함도 들었지만,
자기 주인밖에 모르는 강아지에게........
그날... 난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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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많이 아팠다. 그동안 내게 있던 피해의식, 그리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 오던 정체성의 문제들...분명 내 안에는 다 자라나지 못한 어린아이가 있다..
왜 내게 여러 갈등과 고민이 있었어야만 했는지,
꼬박 잠도 못들고 아파 울어야만 했는지..
항상 새로운 작업을 할때면 어떤 방법으로든 아파야만 했으니까..
오늘까지의 순간에는 나를 타이트하게 옭아매지 않고 그냥 이대로 풀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전시도 보고 멍 하니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 기웃 거리고 그냥 그랬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 것인가 아이디어도 얻고..
단순히 아이디어만 얻은것 뿐만 아니라 비로소 오늘 느끼는 것은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해 내기 위해 내게 아픔을 주신것, 그리고 생활의 고민, 때로는 갈등 까지도..
그리고 분명 지금 내게 허락하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신것도..
또 한주간을 돌아볼때 배운것이 참 많다.. 그래서 감사하다..
내게 나의 언어 나의 삶, 작업을 통해서 너무나 원해오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일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더 철저히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만 한다는거..
지금 나 너무 두려운데, 그런데 날 응원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감동이 되고 싶다면서 내 자신이 경솔했던것에 대해서 난 지금 많이 부끄럽고
그리고 앞으로는 더 진솔함으로 다가가고 싶고 소통하고 싶고 무엇보다 작업으로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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